불쾌함의 주범 ‘습기’
결로가 심해지는 계절이 되었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에서 습기와의 전쟁이 있는 시기입니다. 이번 포스팅은 습기와의 전쟁을 치르기 위해 매우 중요한 자재인 ‘투습방수지’에 대한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어린 시절, 후텁지근한 장마철이면 고무장화를 신고 비옷을 입었던 기억이 납니다. 어머니는 아들이 비에 젖을 까봐 중무장을 시켜줬지만, 막상 중무장을 해제해 보면 내 발과 몸이 젖어 있는 건 마찬가지였습니다. 비는 잘 막아줘서 비를 맞지는 않았지만, 통풍이 되지 않아 내부의 땀과 습기 때문에 고무장화를 벗으면 발은 젖어있고 비옷을 벗으면 몸도 젖어 있었습니다. 군대에 있을 때는 판초우의 때문에 더 불쾌한 경험을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남자분들은 그 기분 잘 아시죠? 이런 불쾌함의 주범은 바로 ‘습기’입니다.
목조주택 습기관리의 중요성
사람의 몸은 잠깐 습기에 노출되면 불쾌함을 느낄 뿐, 씻고 나오면 다시 상쾌해집니다. 하지만, 목조주택의 경우에는 사람의 경우처럼 단순하고 가볍지 않습니다. ‘습기관리’가 목조주택의 생명이라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닙니다. 이 생명과도 같은 ‘습기관리’를 하기 위해 목조주택은 항상 ‘숨’을 쉬어야 하는데, 만약 목조주택이 숨을 쉴 수 없게 되면 그 집은 서서히 죽어갑니다. 곳곳에서 집이 죽어간다는 신호를 보낼 겁니다. 그리고 그 신호들은 고스란히 주거하는 우리에게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춥고, 방음도 잘 되지 않고, 눈에 보이지 않는 곰팡이균들이 공기 중에 떠돌아 다니며 우리의 건강을 해치게 됩니다.
습기관리의 가장 중요한 자재 ‘투습방수지’
습기관리를 위한 몇몇 중요한 자재가 있는데 ‘투습방수지’는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자재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투습방수지’의 기능은 이 자재의 이름을 잘 들여다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습기는 투과하고 물은 막아주는 종이가 바로 투습방수지입니다. 그러면 왜 습기는 투과하고 물은 막아주는 투습방수지가 필요한 걸까요? 외부로부터 오는 물의 침투는 막고 실내의 높은 습기는 외부로 내보내기 위해서 입니다. 만약 외부로부터 오는 물의 침투를 막기 위해 비닐로 외벽을 덮어버린다면 벽체를 통해 빠져나간 내부의 습기가 비닐을 만나 결로가 생기거나 유리섬유 단열재를 적셔서 결국엔 벽체의 단열성능을 완전히 상실하게 합니다. 더 심한 경우에는 벽체 자체가 썩어 들어가는 최악의 문제로 번질 수도 있겠죠. 여러분의 이해를 돕기 위해, 과다한 습기 혹은 그로 인한 결로가 벽체에 미치는 영향을 좀 더 자세하게 알아 보겠습니다. 다음 내용을 읽고 나면 왜 투습방수지를 사용해야 하는지,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필연적인 겨울철 결로
겨울철 결로의 문제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 있는 환경은 거의 없습니다. 목조주택 벽체의 경우도 마찬가지죠. 벽체에 투습방수지를 사용하지 않고 비닐과 같은 불투습 자재를 사용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내부의 습기가 벽체를 통하여 빠져나가다가 불투습 자재를 만나면 더 이상 빠져나가지 못 하고 정체되겠죠. 앞에서 말한 표현으로 ‘숨’을 쉴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입니다. 이 때 실내외 온도 차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발생하거나 상대습도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높아지면 결로가 발생하게 됩니다. 결로 현상은 모두가 아는 것처럼 겨울철 상당히 자주 일어나는 현상이고 결로로 인해 생성되는 물의 양이 생각보다 훨씬 많기 때문에 결코 가볍게 넘겨버릴 일이 아닙니다. 더욱이 눈에 보이지 않는 벽체에서 일어나는 현상은 상상 이상으로 끔직한 결과를 불러올 수 있습니다.
물에 젖는 유리섬유 단열재
결로가 발생하면 벽체가 물에 젖게 되는데 가장 먼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부분은 유리섬유 단열재입니다. ‘솜’형태로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물에 젖으면 무거워진 솜이 아래로 처지게 되어 벽체 상단 부분이 단열재가 없는 ‘빈 공간’이 되어 버립니다. 그리고 단열재가 있는 아래 부분은 이미 젖은 솜이기 때문에 물과 동일한 열전도율을 가지게 되고 공기층도 사라지기 때문에 더 이상 단열재의 역할을 할 수 없습니다. 결국 벽체 전체의 단열기능이 깨어지게 되는 것이죠. 더 나아가서 단열재가 머금고 있는 습기와 계속해서 유입되는 습기로 인해 벽체에 곰팡이가 피고 점점 썩어 들어가게 되어 결국에는 벽체에 구조적인 문제까지도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투습방수지를 사용해도 결로의 문제가 발생한다?
그런데 글을 유심히 읽어보신 분들은 의문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집을 지을 때 벽체에 비닐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전제조건 자체가 틀린 것 아닌가 하는 것입니다. 그런 의문이 드는 것이 당연합니다. 윗글의 전제조건은 투습방수지를 사용하지 않고 불투습 자재인 ‘비닐’을 사용하는 것을 가정하고 쓴 것입니다. 그렇다면 실제 집을 지을 때 투습방수지 대신에 비닐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앞서 말한 결로의 문제가 정말 발생하지 않을까요? 결론부터 말씀 드리면 그렇지 않습니다. 실제로 투습방수지를 사용해도 결로의 문제가 발생하는 현장이 많습니다. 왜 이런 일이 생기는 걸까요?
잘못된 시공방법은 결로를 부른다.
문제는 바로 잘못된 시공방법과 정확한 자재를 사용하지 않는데 있습니다. 특히, 요즘 많이 사용하는 드라이비트 공법을 잘 못된 방법과 부적절한 자재로 시공하면 결로의 문제가 필연적으로 발생합니다. 흔히 ‘스타코’라고 불리는 드라이비트 공법은 화재에 취약한 문제를 안고 있다고 지난 시간에도 말씀 드렸는데, 이번에는 결로의 문제로 다시 말씀 드리게 되네요. 화재에 취약한 부분이 드라이비트 공법에 사용되는 자재들의 가연성 문제였다면, 결로의 문제는 자재의 문제가 아니라 잘 못된 시공의 문제입니다. 보통 스타코를 시공할 때, 투습방수지를 붙인 벽체 위에 ‘아이소핑크’라고 불리는 XPS단열재를 시공하고 그 위에 매쉬를 붙이고 스타코 시공하는데, 투습방수지 위에 불투습 자재인 XPS 단열재가 바로 붙는 구조가 되어 마치 비닐을 시공한 것과 동일한 상황이 되어 버립니다. 이렇게 되면 벽체 내부 결로 현상은 필연적입니다.
과도한 비용절감은 부실시공을 부른다.
제가 이렇게 극단적인 부실시공의 예를 들어 말씀 드리는 이유는 의외로 몰라서 이렇게 시공하는 분들이 꽤 있기도 하고, 비용절감을 위해서 정확한 시공방법을 지키지 않고 필요한 자재를 빼거나 적절치 못한 자재로 대체하게 되면 나중에 정말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음을 알려 드리기 위해서입니다. 우리 독자분들은 집을 지으실 때, 무조건 집을 싸게 짓기보다는 비용을 좀 더 투자하거나 혹은 비용절감을 위해 더 작은 집을 짓게 되는 선택을 할지언정 건강하고 안전한 집을 짓기 위한 자재들은 절대 포기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최초에 들어갈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 나중에 후회할 일이 발생하지 않고, 지나고 보면 가장 가성비 좋은 선택임을 알게 됩니다. 특히, ‘숨’을 쉬는 건강한 목조주택을 만드는 데 필요한 자재는 절대 아끼시면 안 됩니다.
목조주택 투습방수지는 용도에 따라 다양하다.
‘숨’쉬는 건강한 목조주택을 짓기 위해 투습방수지는 용도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생산됩니다. 일반 벽체용, 드라이비트 공법을 위한 벽체용, 노출벽체용, 단열성능이 가미된 벽체용, 지붕용, 단열성능이 가미된 지붕용, 그리고 각 제품을 위한 전용 테이프, 실내 기밀용 자재 등 다양한 브랜드들이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브랜드가 달라도 투습방수라는 기능은 동일하지만, 브랜드마다 생산방법이 다르고, 그에 따라 무시할 수 없는 성능의 차이가 있습니다. 따라서 무조건 브랜드만 보고 결정한다거나 겉으로 보기에 좋은 제품만 선호하시면 안 됩니다. 투습방수지를 생산하는 브랜드는 무엇이 있는지, 어떤 방식으로 만드는지, 어떤 특징들이 있는지, 어떤 성능을 보여 주고 있는지, 집의 어느 부분에 어떤 제품을 써야 하는지, 우리 집 외장재에 적합한 제품은 무엇인지 더 많이 공부하고 노력하셔서 사랑하는 나의 가족이 살아가는 공간을 더욱 건강하고 안전하게 만들어 가시기 바랍니다. 다음 시간에는 투습방수지의 대명사 “타이벡 Tyvek”을 중심으로 투습방수지의 종류와 사용처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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